AI 병목 순위: 전력보다 급한 건 광부품과 메모리다

BQE소식&칼럼 · 2026-07-10 · BQE 리서치

컨센서스는 전력을 AI 랠리의 최종 병목으로 꼽지만, 광트랜시버·HBM·CoWoS 패키징·전력망은 물론 옵티컬 I/O(CPO)·EUV 포토레지스트까지 6개 구간의 수요공급 갭·집중도를 실제 수치로 비교하면 지금 가장 심각한 곳은 광부품과 HBM이다.

"병목은 전력"이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AI 인프라 병목을 다루는 글은 대부분 "결국 전력이다"로 끝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게으른 결론이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 수요 대비 공급이 가장 많이 모자란 구간은 전력이 아니라 광트랜시버(광통신 부품)와 HBM 메모리다. 각각 40~60%, 최대 50%가 목표 수요에 못 미친다는 것이 업계 1차 발표·리서치 기관의 수치다.

반면 흔히 "가장 심각하다"고 지목되는 첨단 패키징(CoWoS) 공급 부족률은 오히려 20%에서 10%로 좁혀지는 중이다(2026년 6월 기준). 여기에 더해 아직 숫자로 잡히지도 않는 두 개의 병목, 즉 차세대 광집적(옵티컬 I/O·CPO)과 EUV 포토레지스트까지 넣으면 그림은 더 복잡해진다. 병목은 하나가 아니라 여섯 개이며, 각각 강도·해소 속도·심지어 "측정 가능 여부" 자체가 다르다.

우리의 논지: AI 밸류체인의 병목을 수요공급 갭(%)과 해소 속도로 줄을 세우면, 지금 가장 급한 것은 광부품과 메모리이고, 전력은 향후 몇 년의 상한선을 정하는 별개 성격의 병목이며, 옵티컬 I/O와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숫자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 신호다. 구간별로 짚는다.

광트랜시버·EML 레이저, 지금 가장 심각한 부족

800G는 2027년까지 40~60%, 1.6T는 2029년까지 30~40% 부족할 전망이다. (사진: Bquast, CC0, Wikimedia Commons)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800G 광트랜시버 생산량은 2027년까지 수요보다 40~60% 부족하고, 1.6T 제품은 2029년까지 30~40% 부족할 전망이다(McKinsey, 2025~2026년 리서치). 병목의 실체는 트랜시버 완제품이 아니라 EML(전자흡수변조) 레이저 칩이며, 이를 생산하는 업체는 전 세계 소수에 불과하다.

2026년 3월 엔비디아는 루멘텀(Lumentum)·코히런트(Coherent) 두 업체에 40억 달러를 투입해 EML 생산 물량을 우선 확보했다(2026년 3월 발표 기준). 그 결과 다른 구매자들의 납기는 2027년 이후로 밀렸다는 것이 업계 보도다. 트렌드포스는 AI용 광트랜시버 시장 규모가 2025년 165억 달러에서 2026년 260억 달러로 57% 성장할 것으로 추정한다(TrendForce, 2026년 4월).

HBM 메모리, 공급자 스스로 "절반밖에 못 채운다"고 말한다

HBM 비트공급 비중은 2025~2027년 8%→9%→13%로 완만히 늘지만, 수요는 70%씩 뛴다. (사진: Fritzchens Fritz, CC0, Wikimedia Commons)

마이크론 CEO 산제이 메로트라는 2026회계연도 2분기 실적발표 직후 CNBC 인터뷰에서 "핵심 고객사들에게 중기적으로 요구량의 50%에서 3분의 2 정도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CNBC, 2026년 3월 19일). 이 발언은 이후 실적발표에서도 반복적으로 재확인됐다. 공급자가 직접 밝힌 수치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은 1차 자료다.

구조적으로도 확인된다. 트렌드포스 집계로 HBM 비트 공급이 전체 D램 비트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약 8%, 2026년 약 9%, 2027년 약 13%로 완만하게만 늘어나는 반면(TrendForce, 2026년 6월), HBM 수요는 2026년 전년 대비 약 70%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본다. IDC는 2026년 D램 전체 비트 공급 증가율을 16%로 추정하는데(IDC, 2026년), 이는 과거 평균 20~30%를 밑돈다.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 속도의 4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첨단 패키징(CoWoS), 병목 중 가장 빨리 좁혀지는 구간

TSMC CoWoS 캐파는 2023년 말 1.3만wpm에서 2026년 말 12만~14만wpm으로 확대된다. (사진: Inductiveload,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TSMC의 CoWoS 패키징 캐파는 2023년 말 월 1만 3,000장에서 2026년 말 월 12만~14만 장으로 약 10배 확대된다. 여기에 OSAT(외주 패키징) 업체의 신규 캐파 5만~6만 장까지 더하면 업계 전체 캐파는 월 20만 장에 근접한다(TrendForce, 2026년 6월 15일 기준 보도).

이 확장 덕에 CoWoS 수요공급 갭은 현재 약 20%에서 2026년 말 약 10%로 좁혀질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전망한다. 여섯 구간 중 유일하게 "자본을 투입한 만큼 병목이 실제로 줄어드는" 구간이며, 그만큼 여기서 발생하는 초과이익(프리미엄)이 가장 먼저 사라질 구간이기도 하다.

옵티컬 I/O·코패키지드 옵틱스(CPO), 숫자가 아직 없는 다음 병목

CPO를 가능케 하는 SoIC 캐파는 CoWoS의 약 4분의 1 수준이며, 아직 공식 부족률 수치는 없다. (사진: Carl Lender, CC BY 2.0, Wikimedia Commons)

AI 클러스터의 다음 단계는 광트랜시버조차 넘어선다. 브로드컴은 2026년 TSMC의 COUPE(Compact Universal Photonic Engine) 패키징 기술로 광엔진을 스위치 실리콘에 직접 적층한 "토마호크6-데이비슨" 스위치(집적 대역폭 102.4Tbps)를 내놓았고, 엔비디아는 100만 GPU급 클러스터를 구리 케이블 대신 광섬유로 연결하는 "퀀텀-X 포토닉스" 플랫폼을 발표했다(2026년, 각사 발표 기준).

문제는 이 기술이 EML 레이저 병목을 없애는 게 아니라 병목을 하나 더 얹는다는 점이다. CPO는 광엔진을 반도체 패키지 안에 직접 통합해야 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TSMC의 SoIC(적층형 집적회로) 캐파는 2026년 말에도 월 3만~4만 장에 그칠 전망이다(업계 보도, 2026년). 같은 시점 CoWoS 캐파(월 12만~14만 장)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CPO는 아직 초기 램프업 단계라 "수요 대비 몇 % 부족"이라는 형태의 공급갭 수치는 업계에 공식 집계되어 있지 않다. 지금 확인 가능한 것은 캐파의 절대적 크기가 다른 병목보다 훨씬 작다는 사실뿐이다. 숫자가 없다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이 아직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위험일 수 있다.

EUV 포토레지스트, 모든 첨단 공정의 공통 상류 소재

TOK·JSR·신에츠화학 3개사가 전 세계 EUV 포토레지스트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사진: UCL Mathematical and Physical Sciences, CC BY 2.0, Wikimedia Commons)

HBM의 로직 다이든, GPU 코어든, CPO의 광집적회로든, 첨단 미세공정을 쓰는 칩은 예외 없이 EUV 포토레지스트라는 동일한 소재를 거친다. 이 시장은 도쿄오카공업(TOK)·JSR·신에츠화학 단 세 곳이 전 세계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지금까지 다룬 어떤 구간보다도 공급자 집중도가 높다(업계 집계, 2026년).

취약성은 원료 단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포토레지스트 업체들은 원료인 나프타의 4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한다(TrendForce, 2026년 4월). 여기에 지정학적 변수도 겹친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2025년 11월 EUV·ArF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핵심 반도체 소재 12종을 수출통제 품목으로 지정해 중국 기업 42곳에 대한 공급을 제한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트렌드포스는 추가적인 포토레지스트 수출 제한 가능성도 거론했다(TrendForce, 2025년 12월). 중국은 2024년 약 10%였던 포토레지스트 자급률을 2026년까지 4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대응하고 있다. 공급사들은 대만·한국·일본에 신규 생산시설(신에츠화학의 군마현 830억엔 규모 설비 등)을 짓고 있지만 완공까지 수년이 걸린다.

이 구간에도 "수요 대비 몇 % 부족" 같은 숫자는 없다. 아직 실제 공급 차질이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구간의 병목은 부족률이 아니라 집중도(3개사·90%) 그 자체다. 발생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HBM·GPU·CPO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동시에 멈출 수 있는 꼬리 위험(tail risk)에 가깝다.

전력망, 갭(%)이 아니라 "물리적 시간"의 병목

전력수요는 2024년 25GW에서 2030년 70~100GW로, 계통연계 대기기간은 2년에서 4년 이상으로 늘었다. (사진: Stefan Andrej Shambora, CC BY 2.0, Wikimedia Commons)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24년 약 25GW에서, 골드만삭스는 2027년 66GW(2025년 31GW 대비 2배 이상)로 전망한다(Goldman Sachs Commodities Research). 2030년 전망치는 기관마다 크게 갈린다. 골드만삭스·S&P글로벌·맥킨지는 70~80GW,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그리드스트래티지스는 90~100GW를 제시한다. 전망치 편차 자체가 4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 확실한 지표는 대기 물량과 대기 시간이다. LBNL의 "Queued Up: 2026 Edition"(2025년 말 기준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계통연계를 기다리는 발전·저장 설비는 약 8,200건, 발전 1,312GW·저장 749GW 규모다. 대기 기간은 2000~2007년 착공분의 2년 미만에서 2018~2024년 착공분은 4년 이상으로 두 배 늘었다. 전력망 병목은 %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인허가·송전 건설이라는 물리적 시간 자체가 병목이라는 뜻이다. 자본을 더 투입해도 단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머지 다섯 구간과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랭킹이 틀릴 수 있는 조건

첫째, 지금의 순위는 고정된 게 아니라 사진 한 장이다. CoWoS처럼 자본 반응성이 높은 병목은 2026~2027년 사이 빠르게 순위가 내려갈 수 있고, 지금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어 보이는 구간이 다음 세대 기술(HBM4E, 1.6T 트랜시버, CPO 본격 램프업)로 넘어가며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이 글의 랭킹은 2026년 6~7월 시점의 스냅샷이다.

둘째, 대체 기술이 순위를 바꿀 수 있다. CPO가 예상보다 느리게 확산되면 4번 항목의 위험은 과장된 것이 되고, 반대로 EUV 포토레지스트처럼 대체재가 사실상 없는 소재 병목은 대체 기술 등장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더 오래갈 수 있다.

셋째, 옵티컬 I/O·포토레지스트 두 구간은 애초에 정량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숫자가 없다"는 이 글의 주장 자체도 아직 공개된 집계가 부족하다는 뜻일 뿐, 실제로 위험이 낮다는 근거는 아니다. 데이터 공백을 위험 신호로 해석하는 것과, 위험이 실재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다르다.

넷째, 가장 근본적인 반증 조건은 수요 자체의 둔화다. 이 글의 모든 수치는 "AI 인프라 수요가 현재 궤도대로 간다"는 전제 위에 있다. AI 모델 학습·추론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되거나 추론 효율화(모델 경량화·저정밀 연산)로 하드웨어 수요 증가율 자체가 낮아지면, 지금의 "부족률"은 공급 과잉으로 빠르게 뒤집힐 수 있다. 2030년 전력수요 전망치가 기관 간 40% 갈리는 데서 보듯, 이 분석에 쓰인 숫자들도 절대치가 아니라 추정치라는 한계를 함께 가진다.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이 비교가 주는 프레임은 세 가지다. 첫째, "AI 병목=전력"이라는 단순화보다 구간별 부족률과 해소 속도를 나눠 보는 편이 더 정밀하다. 자본 반응성이 높은 구간(패키징)의 프리미엄은 빨리 소멸하고, 자본으로 못 줄이는 구간(전력, 소수 업체 과점인 EML 레이저·포토레지스트)의 프리미엄은 더 오래 남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아직 숫자가 없는 구간(옵티컬 I/O, 포토레지스트)일수록 시장이 가격에 덜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다만 이는 정량 근거가 아니라 정성적 추론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셋째, 어떤 구간이든 부족률은 시간이 지나면 좁혀진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남은 질문은 "언제, 얼마나 빨리"이지 "영원히"가 아니다.

다만 이는 밸류체인을 이해하는 일반적 관점이며 개별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 분기별로 발표되는 캐파 증설 속도, 공급률(마이크론처럼 공급자가 직접 공개하는 수치), 계통연계 대기 기간 변화, CPO·포토레지스트 구간의 공식 집계 등장 여부를 관찰지표로 삼아 이 랭킹이 여전히 유효한지 검증해야 한다.

결론

2026년 6~7월 기준, 수요 대비 부족률이 가장 큰 구간은 광트랜시버(40~60%, McKinsey)와 HBM(마이크론 자체 공급률 50~66%)이며, 흔히 지목되는 첨단 패키징(CoWoS)은 20%에서 10%로 오히려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TrendForce).

옵티컬 I/O·CPO(SoIC 캐파 CoWoS의 4분의 1 수준)와 EUV 포토레지스트(3개사 90% 집중)는 아직 공식 부족률 수치가 없는 병목이며, 이 데이터 공백 자체가 시장이 놓치고 있을 수 있는 위험이다.

전력망은 부족률(%)이 아니라 인허가·송전 건설에 걸리는 물리적 시간(대기 4년 이상, LBNL)이 병목이라는 점에서 나머지 다섯 구간과 성격이 다르며, 가장 늦게까지 남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2030년 전력수요 전망치가 기관별로 최대 40% 갈리는 데서 보듯, 이 랭킹에 쓰인 수치들도 확정값이 아닌 추정치이며 수요 둔화·대체기술 등장 시 뒤집힐 수 있다.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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