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콜센터…상담원 피로는 커졌다
산업 · 2026-10-24 · CNBC
AI 도입으로 상담원의 단순 행정 업무는 줄었지만, 복잡한 민원만 남으면서 업무 강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조사에서도 상담원 업무량이 늘었다는 응답이 증가했다.
신용카드사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케일리 해리스는 AI 도입 이후 업무가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통화와 메모, 카드 관련 고지 업무로 하루가 꽉 찼지만 지금은 고객 한 명 한 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웨일스의 한 통신사 상담원 섀넌은 AI가 만든 통화 메모에 오류가 잦아 결국 직접 기록한다고 전했다. 이전 직장에서는 경영진이 답을 모르면 "ChatGPT에 물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고, AI가 예약을 처리하다 불가능한 날짜가 나오면 사후 처리 업무가 사람에게 넘어왔다.
이론적으로 자동화는 단순 행정을 줄이고 판단과 공감이 필요한 업무에 사람을 투입해야 한다. 음성 AI를 개발하는 영국 기업 폴리AI의 니콜라 므르크시치 최고경영자(CEO)는 상담원이 최저임금 수준의 처우로 감정노동을 감당한다며 AI가 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본다. 버진미디어O2는 지난해 9월 단순 문의를 처리하는 AI 음성 상담을 도입했고, 고객경험 기업 아르바토커넥트의 데브라 맥스웰 CEO는 기술이 70%, 사람이 30%를 처리하는 구도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 조달청용으로 만든 AI 도구는 공급사 평가 초안을 97% 정확도로 작성한다고 한다.
문제는 단순 업무가 기계로 넘어가면서 사람에게는 어려운 민원만 남는다는 점이다. 고객센터 운영업체 맥스콘택트의 최근 조사에서는 응답한 의사결정자 절반 이상이 상담원 업무량이 늘었다고 답해 이전 조사의 40%대보다 높아졌다. 킹스컬리지런던에서 업무 강도화를 연구하는 아만다 존스는 상담원이 가장 힘든 상담만 연달아 받게 되면 하루의 강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 업무가 주던 심리적 휴식이 사라지고, 생산성 목표는 더 빡빡해지며, 숙련 경험을 쌓을 기회마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AI 도구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자동화가 결국 고객 경험을 희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속도와 양을 품질보다 앞세우다 보면 AI를 밀어붙이는 방식에 고객이 지친다는 것이다. 섀넌 역시 AI의 효용은 인정하지만 사람을 완전히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구매한다는 믿음이 있는데 AI가 그 진정한 느낌을 줄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