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다음 병목, 이익은 전력과 빛으로 옮겨간다

BQE소식&칼럼 · 2026-09-26 · BQE 리서치

AI 반도체 공급망의 무게중심이 GPU와 HBM에서 첨단 패키징(CoWoS)으로 넘어간 지 오래고, 그 병목이 풀리면 이익은 광인터커넥트와 전력망 순서로 이동한다. HBM 안에서도 이미 삼성전자의 추격으로 공급집중 프리미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8월 31일 LS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올리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내렸다. 근거는 이번 분기 실적이 아니라 지분 구도의 변화였다. 삼성전자의 HBM4 출하 비중이 1분기 약 5%에서 2분기 35%로 뛰었고, HBM 영업이익률은 2027년 80%가 아니라 2026년과 비슷한 60%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게 요지였다(출처, LS증권 정우성 애널리스트 보고서, 2026년 8월 31일). 같은 주 SK하이닉스는 신고가를 새로 썼고, 2028년까지 HBM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함께 보도됐다. 같은 재료를 두고 한쪽은 독주가 흔들린다고 읽고, 다른 쪽은 초과수요가 몇 년은 더 간다고 읽는다.

우리는 이 두 해석 모두 질문을 잘못 던지고 있다고 본다. HBM 안에서 누가 이기느냐를 묻기 전에, HBM 자체가 지금 이 공급망 전체의 구속 병목이 맞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우리 판단은 이렇다, 지금 AI 반도체 생산량 전체를 결정하는 최저 처리량 구간은 GPU 다이도 HBM도 아니라 그 둘을 하나의 패키지로 붙이는 첨단 패키징 공정이고, 그 병목이 풀리는 순서대로 이익은 칩 간 연결(구리에서 빛으로)과 전력망 쪽으로 차례로 옮겨간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로직과 HBM 각각의 물리적 처리량은 이미 패키징 캐파보다 여유가 있다. 둘째 그 패키징 캐파가 늘어나는 순간 다음으로 낮아지는 처리량은 칩과 칩 사이의 연결이다. 셋째 그 연결까지 풀리고 나면 남는 것은 반도체가 아니라 변전소다.

1. 로직과 HBM은 이미 병목이 아니다, 병목은 그 둘을 붙이는 공정이다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 팹. AI 반도체의 실질적인 병목은 이곳의 웨이퍼 생산이 아니라 완성된 다이를 HBM과 붙이는 후공정 단계로 넘어가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노광 장비가 한 번에 그릴 수 있는 면적(레티클)은 약 858제곱밀리미터로 물리적 상한이 정해져 있다. 로직 다이 하나를 이보다 키울 수 없으므로, GPU 성능을 계속 끌어올리려면 여러 다이와 여러 HBM 스택을 하나의 기판 위에 이어 붙이는 수밖에 없다. 이 접합을 맡는 공정이 TSMC의 첨단 패키징(CoWoS)이고, 지금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가장 좁은 구간이 바로 여기다.

복수의 반도체 업계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TSMC는 2026년 말까지 월 13만 장 안팎으로 CoWoS 웨이퍼 캐파를 늘릴 계획이고, 이 캐파는 이미 2026년 내내 예약이 꽉 찬 상태로 알려져 있다(출처, 디지타임스·복수의 반도체 업계 매체 보도 종합, 2026년). 증설의 축은 대만 자이(嘉義)의 AP7 단지이고, 최대 여덟 개 생산동을 순차로 가동해 2027년까지 캐파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출처, 업계 매체 종합 보도, 2026년). 공급 집중도는 여전히 TSMC 쪽으로 쏠려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물량을 나눠 받기 시작했지만, 수율과 통합 서비스 측면에서 아직 TSMC를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출처, 실리콘애널리스츠 등 업계 매체 보도, 2026년).

정리하면 이 층의 병목은 현재값(월 13만 장 목표)과 한계(레티클 858제곱밀리미터에서 파생된 물리적 접합 필요성) 사이의 격차가 2026년 내내 좁혀지지 않고, 로드맵상 2027~2028년에야 완화되며, 공급은 사실상 TSMC 한 곳에 집중돼 있다. GPU 부족이라는 표현이 시장에서 통용되지만, 정확히는 GPU를 완성하는 접합 공정의 부족이다.

2. HBM4 전쟁의 승자는 이미 정해졌지만, 이익률의 승자는 아직 아니다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HBM DRAM 다이 단면. 대역폭은 이 적층 수와 관통 전극(TSV) 밀도로 결정된다.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규격에 따르면 16단으로 쌓은 HBM4는 2,048개의 입출력 핀을 통해 핀당 10기가비트 이상의 속도로 동작해 스택 하나에서 2.8테라바이트를 웃도는 대역폭을 낸다, JEDEC 표준(핀당 8기가비트)보다 25% 이상 빠른 수치다(출처, 톰스하드웨어·트윅타운, SK하이닉스 발표 인용, 2026년).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HBM4 물량의 약 3분의 2를 공급하며 HBM4 시장에서 약 62%의 점유율을 쥐고 있다고 추정한다(출처, 업계 추정치 종합 보도, 2026년). 숫자만 보면 여전히 한쪽의 독주다.

그런데 위에서 인용한 LS증권 보고서가 짚은 지점은 다르다. 삼성전자의 HBM4 출하 비중이 1분기 5%에서 2분기 35%로 뛰었다는 사실 자체가, HBM이라는 층 내부에서 공급 집중도가 이미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병목 구간에서 이익이 커지는 이유는 그 구간을 대체할 공급자가 없기 때문이다. 대체 공급자가 늘어나면 물량이 아무리 부족해도 마진은 눌린다. LS증권이 2027년 HBM 영업이익률을 80%가 아니라 60%대로 낮춰 잡은 근거도 이 지점, 공급집중 프리미엄이 완화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HBM은 여전히 귀하지만, 그 귀함이 만들어내는 이익률은 이미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

3. 패키징 캐파가 풀리는 순간, 병목은 구리에서 빛으로 넘어간다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GPU 모듈. 개별 GPU 성능이 오를수록 GPU와 GPU 사이의 연결이 전체 처리량을 좌우하는 비중이 커진다.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패키징 캐파가 늘어나 완성된 GPU 다이 수가 많아지면, 그다음 처리량을 결정하는 것은 그 GPU들을 서로 얼마나 빠르고 적은 전력으로 연결하느냐다. 구리 기반 전기 신호는 비트당 약 15피코줄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 값은 전송 거리와 속도가 늘수록 더 나빠진다. 공동패키지광학(CPO)은 이 값을 5피코줄 아래로 낮춘다. 브로드컴의 토마호크6은 패키지 안에 통합한 광엔진으로 비트당 약 5피코줄을 구현했고, 인텔의 OCI는 100미터 거리에서 초당 4테라비트를 비트당 5피코줄 수준으로 전송한다(출처, 세미애널리시스 뉴스레터, 인텔·엔비디아 기술 발표 인용, 2026년).

엔비디아는 2026년 퀀텀엑스 포토닉스 인피니밴드 스위치에 이어 스펙트럼엑스 포토닉스 이더넷 스위치를 준비 중이고, 브로드컴은 베일리 플랫폼을 조기 고객에 공급하기 시작했다(출처, 엔비디아 뉴스룸, 2026년). 아직은 스위치 단(Scale-out) 위주의 초기 상용화 단계이고, GPU와 GPU를 랙 안에서 촘촘히 잇는 스케일업 구간까지 광연결이 표준이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 랙 하나에 들어가는 GPU 수가 늘고 랙과 랙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구리가 감당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에 먼저 닿는 쪽은 대역폭이 아니라 전력이다. 그 순간 병목은 접합 공정에서 연결 방식으로 넘어간다.

4. 그리고 마지막 병목은 반도체가 아니라 변전소다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 서버랙. 최신 GPU 랙 한 대가 쓰는 전력은 일반 가정 수백 채가 쓰는 양과 맞먹는다.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엔비디아의 2026년형 베라 루빈 NVL72 랙은 약 190~230킬로와트를 쓰고, 2027년 출시 예정인 루빈 울트라(키버랙) NVL576은 랙 한 대가 600킬로와트에 이른다(출처, 데이터센터다이내믹스·인트롤 테크블로그, 엔비디아 기술 발표 인용, 2026년). 앞선 세 층의 병목이 전부 풀려도, 이 전력을 실제로 랙까지 가져올 수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750킬로볼트급 고압 송전선. AI 데이터센터의 확장 속도를 실제로 제한하는 것은 반도체 공급이 아니라 이런 송배전 설비를 새로 잇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국제에너지기구가 2026년 4월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5년 485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약 950테라와트시로 늘고, 그중 AI 전용 데이터센터의 수요는 같은 기간 세 배로 커질 전망이다(출처, IEA 보고서 인용 보도, 2026년). 골드만삭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5년 31기가와트에서 2026년 41기가와트, 2027년 66기가와트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출처, 골드만삭스 리서치 인용 보도, 2026년, 추정치임을 밝혀둔다). 문제는 수요 증가 속도가 아니라 공급 쪽이다. 업계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접속이 통상 4~10년 지연되고 있다고 보고한다(출처, 에너지 업계 컨설팅 보도 종합, 2026년). 반도체는 몇 개월 단위로 캐파가 늘지만, 변전소와 송전선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 주장이 틀릴 수 있는 조건

이 병목 지도는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만약 투자 붐이 예상보다 빨리 식으면(수요 둔화, 자본지출 소화 국면), 네 개 층의 병목이 동시에 느슨해지고 이익이 순서대로 이동한다는 이 프레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둘째, 삼성전자와 인텔이 예상보다 빠르게 CoWoS급 패키징 캐파를 대체 공급하면 첫 번째 병목이 우리 예상보다 일찍 풀리고, 그만큼 다음 병목으로의 이동도 앞당겨질 수 있다. 셋째, 공동패키지광학은 아직 대규모 가동 실적이 짧다. 광원(레이저)의 수명과 현장 장애율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도입이 늦어지고, 그 경우 구리 기반 연결이 우리 예상보다 오래 버틸 것이다. 넷째, 가스터빈이나 연료전지를 이용한 온사이트 발전이 그리드 접속 지연 문제를 상당 부분 우회하면 전력 병목이 지금 보이는 것보다 덜 구속적일 수 있다.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이 프레임에서 투자자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어떤 종목을 살 것인가가 아니라, 밸류체인의 어느 층에 아직 대체 공급자가 없고, 그 층에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다. HBM은 이미 두 번째 공급자가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에 들어섰고, 그만큼 이익률의 정점을 지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첨단 패키징과 그 뒤를 잇는 광인터커넥트, 전력 설비 쪽은 대체 공급자가 자리 잡는 데 상대적으로 더 긴 시간이 걸리는 층이다. 다만 이 프레임이 어떤 개별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각 층 안에서도 기업별 실행력과 밸류에이션은 전혀 다른 문제이고, 그 판단은 종목별 분석과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춘 자문을 통해서만 내려야 한다.

결론

시장이 말하는 GPU와 HBM 부족은 정확한 진단이 아니다, 지금 AI 반도체 공급망의 구속 병목은 TSMC의 첨단 패키징(CoWoS) 공정이고, 이 캐파는 2026년 말 월 13만 장 수준까지만 늘어난다

HBM 안에서도 삼성전자의 HBM4 출하 비중이 1분기 5%에서 2분기 35%로 뛰면서 공급집중 프리미엄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HBM 영업이익률 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패키징 병목이 풀리면 이익은 순서대로 광인터커넥트(구리에서 빛으로)와 전력망으로 이동하며, 전력망 접속 지연(4~10년)은 반도체 캐파 증설보다 훨씬 느리게 풀린다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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