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700년 하락 추세, 이번엔 몇 번째 이탈인가

BQE소식&칼럼 · 2026-09-25 · BQE 리서치

전 세계 실질금리는 700년 넘게 추세적으로 하락해 왔고, 그 추세는 산업혁명기에도 꺾이지 않았다. 우리는 2026년의 금리 급등을 이 추세선 위의 이탈로 보되, 전쟁발 이탈과 투자붐발 이탈이 동시에 겹친 이례적 사례로 읽는다.

9월 24일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44%까지 올라 2004년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틀 전인 9월 23일에는 10년물이 5.079%로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날 2년물도 4.876%로 뛰었다(출처, 브레이트바트 보도, 2026년 9월 23일). 콜롬비아 스레드니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에드 알 후사이니는 이번 상승을 두고, 투자자들이 30년 동안 돈을 묶어 두는 대가로 훨씬 더 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출처, 블룸버그 보도, 2026년 9월 24일).

우리는 이 숫자들을 하루 이틀의 시황이 아니라 700년 넘게 이어진 실질금리 하락 추세 위에서 봐야 한다고 본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이 하락 추세는 역사상 몇 차례 크게 이탈한 적이 있고, 그 이탈은 늘 두 갈래 중 하나였다. 전쟁과 재정이 만든 이탈, 그리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 붐이 만든 이탈이다. 둘째,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2026년의 금리 상승은 이례적으로 이 두 갈래가 동시에 겹친 사례다. 셋째, 그런데도 이번 이탈이 과거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하나 있다. 출발점 자체가 이미 0에 가까운 금리였다는 점이다.

런던 스레드니들 가의 잉글랜드은행. 이 은행이 기록해 온 300년 넘는 금리 데이터는 오늘의 급등을 가늠할 잣대다.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1. 700년째 내려온 길, 성장이 빨라져도 꺾이지 않았다

영란은행 이코노미스트 폴 슈멜징은 2020년 논문에서 1311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 실질금리를 재구성했다. 결론은 이 700년 동안 실질금리가 연평균 0.6~1.6베이시스포인트씩 추세적으로 하락해 왔다는 것이다. 1311년 이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사례만 46차례이고, 그 빈도는 최근 몇 세기로 올수록 늘고 있다(출처, Schmelzing, 영란은행 워킹페이퍼 845호, 2020년).

이 논문에서 가장 반직관적인 대목은 산업혁명 구간이다. 슈멜징은 성장률이 가속화되는 동안에도 실질금리는 계속 하락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경제성장 자체가 실질금리 하락의 원인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설명한다(출처, Mercatus Center 인터뷰, Macro Musings). 산업혁명이 자본에 대한 수요를 늘려 금리를 끌어올렸을 것이라는 통념과 반대로, 전 세계를 아우르는 추세선 자체는 그 시기에도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슈멜징은 이 추세를 외삽하면 2050년 무렵 일부 초장기 금리가 마이너스 0.7%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700년 추세선이 실제로 방향을 튼 순간은 없었을까. 있었다. 다만 그 이탈은 전 세계 평균이 아니라 특정 시기, 특정 나라의 시장금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흑사병이 유럽 인구의 상당수를 앗아간 1347~1353년 사이 실질금리는 한때 6%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갔다. 전쟁 역시 짧게는 금리를 밀어 올리지만 장기 추세를 꺾지는 못한다고 슈멜징은 설명한다. 그런데 이 짧은 이탈들을 역사에서 골라 보면, 성격이 뚜렷하게 갈리는 두 유형이 있다.

2. 첫 번째 유형, 전쟁이 만든 이탈

가장 잘 기록된 사례는 나폴레옹 전쟁 초기다. 영국의 3% 콘솔 국채는 1792년 3월 가격 97에서 1798년 1월 47.75까지 떨어졌다. 3%짜리 영구채의 가격과 수익률은 반비례하므로, 이 가격 하락은 수익률이 3.09%에서 6.28%로, 두 배 넘게 뛰었다는 뜻이다(출처, 경제사학자 그레고리 클라크의 분석 인용 보도). 1792년 영국 정부부채가 이미 GDP의 120%에 달했던 상태에서 프랑스의 침공 위협까지 겹치자, 5년 만에 GDP의 약 47%에 해당하는 자본 손실이 발생했다는 추정도 있다.

윌리엄 클락슨 스탠필드가 그린 트라팔가르 해전(1805년). 같은 전쟁을 치르는 동안 영국 콘솔 국채 수익률은 두 배 넘게 뛰었다.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이탈의 원인은 산업이 아니라 재정과 전쟁 위험이었다. 정부가 전쟁 비용을 대기 위해 국채를 계속 찍어 내야 했고, 투자자들은 그 국채가 상환될지 자체를 의심했다. 지금 미국의 상황과 비교하면, 재정적자가 국채 공급을 늘려 금리를 밀어 올린다는 메커니즘 자체는 닮아 있다. 다만 경제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시기 실질금리 상승분 가운데 얼마가 순수한 자금 경쟁(크라우딩아웃) 때문이고 얼마가 전쟁 패배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이었는지는 지금도 논쟁거리다. 일부 연구는 명목금리는 올랐어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수익률은 그보다 덜 올랐다고 지적한다.

3. 두 번째 유형, 투자 붐이 만든 이탈

두 번째 유형은 전쟁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 그 자체가 만든 이탈이다. 1840년대 영국의 철도 광풍이 대표적이다. 1843~1845년 사이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철도 관련 증권 수는 세 배로 늘었고, 이 신생 산업에 자금이 쏟아져 들어갔다. 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잉글랜드은행의 금 보유고는 1847년 초 약 1,500만 파운드에서 그해 4월 약 900만 파운드까지 줄었고, 10월 위기 때는 그보다도 더 낮아졌다(출처, 뉴욕연방준비은행 리버티 스트리트 이코노믹스, 2015년).

1829년에 그려진 스티븐슨의 로켓 기관차. 이 신생 산업에 몰린 투자금이 잉글랜드은행의 금 보유고를 마르게 했다.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잉글랜드은행은 이탈해 나가는 자금을 붙잡기 위해 할인율을 계속 올렸다. 1847년 10월 19일 최저 할인율이 8%로 올랐고, 11월 5일에는 9%까지 인상됐다. 이는 나라가 망할 위험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기존 자본을 빨아들이면서 발생한 금리 상승이었다. 전쟁이 만드는 이탈과 다른 점은, 이 자금 수요가 국가 부도 위험이 아니라 실물 생산성 투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다만 결과는 비슷했다. 시장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히 뛰었고, 그 뒤에는 급격한 청산(패닉)이 뒤따랐다.

4. 2026년은 이례적으로 두 이탈이 겹쳐 있다

지난주 칼럼(2026년 9월 24일자, "장기금리가 2007년으로 돌아간 진짜 이유")에서 다뤘듯, 지금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은 재무부의 국채 순발행 확대(2026년 7~9월 분기 7,390억 달러)라는 전쟁 없는 재정발 압력과,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의 AI데이터센터발 회사채 발행(2026년 들어 8월 10일까지 약 2,200억 달러)이라는 투자 붐발 압력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역사에서 이 둘은 대개 따로 나타났다. 나폴레옹 전쟁 때는 재정 압력만, 철도 광풍 때는 투자 붐 압력만 있었다. 지금은 두 압력이 같은 만기 구간에서 같이 작동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실질금리 추이. 9월 17일 재발행 경매에서 낙찰금리 2.653%를 기록해 2008년 10월 이후 거의 18년 만의 최고치였다. 자료 출처, FRED(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슈멜징의 700년 지표는 실질금리를 다루는데, 지금 미국의 실질금리도 정확히 그 흐름 위에서 이례적인 위치에 있다. 9월 17일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재발행 경매에서 낙찰금리는 2.653%로, 2008년 10월 경매(2.85%) 이후 약 18년 만의 최고치였다. 응찰률은 2.24로 최근 1년 중 가장 낮았다(출처, tipswatch.com, David Enna, 2026년 9월 17일). 명목금리가 아니라 실질금리 자체가 18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것은, 이번 이탈이 단순히 인플레이션 기대가 오른 결과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주장이 틀릴 수 있는 조건

역사적 유비가 항상 정확하게 반복되지는 않는다. 나폴레옹 전쟁기 크라우딩아웃 논쟁이 보여주듯, 같은 사건을 두고도 경제사학자들의 해석은 갈린다. 지금의 금리 상승을 재정과 AI투자라는 두 이탈로 깔끔하게 나누는 것도, 나중에 돌아보면 지나치게 단순한 분류였다고 판명될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반증 조건은 이것이다. 슈멜징의 추세선은 700년치 평균이지 특정 투자자의 투자 기간에 대한 예측이 아니다. 나폴레옹 전쟁의 이탈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만약 AI가 실제로 경제 전반의 생산성 증가율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린다면, 이번 이탈은 몇 분기짜리 소음이 아니라 수십 년짜리 레짐 전환일 수 있다. 이 경우 실질금리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 된다. 700년 추세가 계속된다는 것과, 그 추세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매번 되돌아온다는 것은 다른 명제다.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역사가 주는 첫 번째 교훈은, 지금의 급등이 700년 추세를 무효화하는 사건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짓지 않는 것이다. 흑사병도, 나폴레옹 전쟁도, 철도 광풍도 추세선 자체를 꺾지는 못했다. 두 번째 교훈은 정반대로 조심스럽다. 나폴레옹 전쟁의 이탈이 20년 넘게 이어졌던 것처럼, 추세로의 복귀가 개인 투자자의 시간 지평 안에서 반드시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실용적인 결론은 두 시간축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다. 700년 추세는 초장기 자산배분의 기준점으로 삼되, 지금 당장의 포트폴리오는 금리가 이미 18년 만의 실질금리 최고 수준에 와 있다는 사실 자체에 반응해야 한다. 듀레이션이 긴 자산일수록 이 재평가에 더 크게 노출된다는 원칙은 지난주 칼럼과 같다. 다만 이번 글의 요점은, 그 재평가가 되돌려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레짐작하지 말라는 것이다.

결론

전 세계 실질금리는 700년 넘게 추세적으로 하락해 왔고, 그 추세는 산업혁명기의 성장 가속에도 꺾이지 않았다는 것이 영란은행 슈멜징 논문의 핵심 발견이다

이 추세선 위의 이탈은 역사적으로 전쟁·재정발(나폴레옹 전쟁, 콘솔 수익률 3.09%에서 6.28%로 급등)과 투자 붐발(철도 광풍, 잉글랜드은행 할인율 8~9%) 두 유형으로 나뉘었다

2026년 미국의 금리 상승은 이례적으로 두 유형이 동시에 겹친 사례이고, 실질금리(TIPS 낙찰금리 2.653%) 자체가 18년 만의 최고치라는 점에서 단순한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이상의 재평가로 보인다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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